“보통 제작자들만의 고유한 소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작자들은 소리와 사이즈 등 한 가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악기를 만듭니다. 이번에 출품한 저의 세 악기도 모두 달랐는데, 전시회를 통해 연주자들에게 한 제작자의 악기에서도 다양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좋았어요. 그리고 가끔 악기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판매되기 전 연주자들에게 부탁해 소리를 틔워달라고 하는데, 의외로 인기 있는 악기는 다른 사람이 연주하지 않은 악기였어요. 악기를 길들인다는 건 결국 연주자들의 특성에 맞게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피드백 세션으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제작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도 얻게 됐어요. “(김용욱)

“제작을 배우고 돌아왔지만, 실질적으로 제작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수리에 관한 것도 배워야 하는데 서초동에는 많은 악기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제작과 더불어 수리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타구얼한 곳이었습니다. 제작과 수리는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제작을 잘해야 수리도 잘할 수 있는 구조이죠.” (김용욱)

The Strad Korea 11월 호, 인터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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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일대는 수많은 악기사들이 포진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작자들이 모여 있는 이탈리아 크레모나를 연상케 하지만, 서초동은 제작자뿐만 아니라 현악기 판매, 수리, 그리고 연습실, 소규모 연주홀 등 음악과 관련된 모두가 모여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지여깅다. 서초문화재단의 강은경 대표는 이 곳의 특수성은 무엇보다 ‘자생성’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치구에서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닌 개개인이 하나둘씩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에서는 현악기 관련 많은 거래들이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최근에 만들어진 새악기에 대한 수요와 인식은 부족하다. 그래서 신진 제작자들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길은 쉽지 않았다. 서리풀 악기제작 전시회는 이 문제에서부터 출발해 기획됐다. 서초구청은 공모를 통해 신진 제작자들을 선발했다. 그렇다면 ‘신진’ 제작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서초문화재단은 서초음악문화지구 내 악기 제작 문화업종을 보존, 육성하기 위해 서초구에서 활동 경력을 5년 또는 10년 이하로 제한해 신진 제작자들을 선정했다.

이번 서리풀 악기제작 전시회가 특별했던 또 하나는 제작자들의 악기들을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신의 악기를 널리 알리지 못한 신진 제작자들이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바로 자신의 악기를 연주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직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도 신진 제작자들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 중 하나였는데, 서초문화재단은 이 길을 열어주었다. 20명 내외의 연주자들을 전시에 초청해 직접 시연도 해보고 코멘트도 남기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제작자들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